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
“아앙,아앙.”
저녁을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을 때문득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왔다. 가만히 들어보니 집 앞 놀이터에 놀러간 아들의 울음 소리다.
‘대관절 왜 우는 것일까?’ 정신없이 옥상으로 올라가 놀이터를 둘러보았다. 작은 강아지 옆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경직된 채 울어대는 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. 큰일이 아님을 확인한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놀이터로 달려갔다.
“엄마,엄마.”
아들은 나를 보자, 서러운 듯 아까보다 더 크게 목 놓아 울어댄다.
“대연아,이 작은 강아지가 뭐가 무섭다고 그래?”
대연이는 어릴 적부터 유달리 강아지만 보면 경풍하듯 소리를 지르며 벌벌 떨고는 했다.
나는 대연이를 안아 잠시 달랜 뒤 집으로가자고 했다. 그랬더니 아까 전 울어대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내 손을 잡고는 강아지에게 달려간다.
“야! 이멍멍아! 나 너 하나도 안 무섭다. 메롱!” 하며 발길질까지 한다.
“너 강아지 안 무서워?”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물었다.
“엄마가 있으면 하나도 안 무서워.” 하더니 내 손을 잡고 자기 키보다 두 뼘이나 큰 형들이 노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.
“우리 엄마야. 나한테 까불면 우리 엄마한테 혼날 줄 알아. 메롱!”
필시 대연이는 흔한 말로 내 백을 믿고 분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. 놀이터에서 형들과 놀 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“엄마, 누가 때렸어.” 하고 울고 들어오는 날이 부지기수여서 늘 기가 죽어 지내던 아이였기 때문이다.
그런 아이가 오늘은 기세등등하여 세상에무섭고 두려울 것 없는 모습으로 평소 하늘같았던 형아들 앞에서 당당히 서 있다. 순간 나는 거구 골리앗을상대하던 소년 다윗이 생각나 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.
“대연아,너 저 형아들 안 무서워? 나중에 때리면 어떻게 해?”하는 나의 물음에 “엄마가 지켜줄 거잖아?” 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다.
대연이는 이렇듯 나를 의지하지 않고서는놀이터에서 노는 일조차 어려운 아이이다. 강아지의 위협으로부터 늘 두려움에 떨고, 덩치 큰 형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다. 그런데 나만 옆에 있으면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는 아이로 돌변한다. 강아지보다, 덩치큰 형들보다 더 크고 든든한 엄마가 제 딴에는 큰 힘이 되나 보다.
자신을 위협했던 강아지와 형들에게 당당히나아갔던 대연이는 분명 엄마인 내가 능히 도와줄 것으로 철썩 같이 믿고 그렇게 위풍당당해졌을 것이다. 마치이스라엘 백성들을 모욕하는 거만한 거구의 골리앗이 칼과 창을 들고 덤벼들 때 돌멩이 하나 달랑 들고서도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사기충천할 수 있었던다윗처럼 말이다. 나는 과연 하나님의 자녀로서 얼마나 하나님을 의지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.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임에도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지 않은 채 늘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자부하며내 힘으로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애를 쓰던 지난날의 어리석었던 모습들이 떠오른다. 대연이의 연약한 모습처럼나 역시 하나님의 보호하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인데 말이다.
강아지와 덩치 큰 형들로부터의 위협에 울상이던대연이가 비로소 엄마인 나를 의지하여 당당히 설 수 있었고 위로받을 수 있었듯 나도 이제는 오로지 하나님만을 의지해야겠다. 온 우주 영물들을 호령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 어머니신데 그 무에 두려울 것이 있으랴!
하나님께서는 어린아이와 같이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. 이제는 그 말씀을 푯대 삼아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은 물론이거니와아주 사소한 작은 일까지도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헤쳐 나가야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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